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깨 위에 예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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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쓴이 : 개나리7
날짜 : 18-08-18 04:17
조회 : 134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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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깨 위에 예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머리와 눈을 갉아 먹고 피마저 얼음처럼 차갑게 만든다 가을, 그대의 고요한 얼굴에서 거리를 재지 않고 겨울을 건너가는 철새의 아득함이 보이고 나를 외면하는 또 다른 얼굴이 보인다 그 눈동자 안에 질주하고 있는 단풍 같은 낙엽 같은 그리움의 냄새를 맡는다 가라, 가을, 모든 것으로부터 시간과 공간으로 높이 세운 성벽을 살짝 뛰어넘어 가라 가을 저쪽 강 건너 언덕에 닿으면 나무처럼 몸 단단하게 세워 놓고 어두운 밤길 달빛마저 나무에 묶어놓고 가라 가다가 영원의 우물에 몸을 던져라 나를 좇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좇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저 별들 지상의 누군가에게 내려와 어디로 가는지 누가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세상의 바다 가을 푸른 비에 젖는다 세상의 산 가을 푸른 빛에 젖는다 세상의 누군가 가을 푸른 눈물에 젖는다 젖은 세상 한 아름 품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너의 어깨 위에 어느 하늘에서 날아온 가을이라는 예쁜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가을, 빗물처럼 가슴속에 스며든다 병균처럼 심장으로 파고든다 아아 독처럼 정신까지 황홀하다 온 몸에 문신처럼 퍼져 간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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